임진년 5월 ○일에 면주전 상인 한광수(韓光洙)가 비방(裨房)에 제출한 연치단자(年齒單子)이다. 면주전 상인들 집합체의 최고 의사 결정 기구는 도중(都中)이었다. 도중은 크게 간부들의 모임인 대방(大房)과 일반 조합원들의 모임인 비방(裨房)으로 구분되었다. 면주전을 포함한 시전상인의 모든 조직원들은 철저한 위계 하에 편재되어 있었다. 위계는 대체로 군중(群衆), 행수(行首), 십좌(十坐), 오좌(五坐), 삼좌(三坐), 선생(先生) 또는 영위(領位)로 구분되었다. 조직의 위계를 정하는 기준은 바로 나이었다. 이는 시전 조직이 혈연적 유대에 기초한 폐쇄적 조직이라는 특성과도 관련이 있는 기준이다.
한광수가 제출하고 있는 생년월일시는 '무진 1월 2일 축시[戊辰正月初二日丑時]'이고, '거짓으로 칭하면 하늘을 등지고 땅에 부딪친다는 맹문(盟文)(의 벌을 시행할 일)[虛稱則背天觸地盟文]'이라는 다짐을 적고 있다. '맹문의 벌'이란 시전의 처벌 규정 가운데 하나로, 규약을 위반한 자들에게 도덕적 수모를 안겨주는 방식이다. 문서의 수취처는 표기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전후 연치단자를 보면 수취처가 '비방'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이 연치단자 역시 비방에 제출한 것으로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