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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음촬요(華音撮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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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UCI: RIKS+CRMA+KSM-WD.1877.0000-20150331.OGURA_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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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기본정보
· 분류 고서-운서 | 교육/문화-문학/저술 | 자부-역학류
· 판종 필사본
· 발행사항 [발행지불명] : 서순창(徐順昌), 광서 3(1877)
· 형태사항 1冊(69張) : 23.3 X 23.2 cm
· 주기사항 表題: 不無宗誌
書根題: 華音撮要
筆寫記: 徐順昌 丁丑(1877)菊月日 仁洞
識語: 光緖三年丁丑(1877)菊月十六日 仁洞
識語: 光緖三年丁丑(1877)菊月日終書 仁洞
印: 「遏慾存理」, 「動靜無違表裏交正」, 「金記重信」
· 현소장처 일본 동경대학 오구라문고
· 청구기호 L174580

안내정보

편자 미상의 중국어회화 학습서이다. 필사시기와 필사자는 속표지에 ‘徐順昌 丁丑菊月 日 仁洞’이라 쓰여 있어, 1877년 음력 9월에 서순창(徐順昌)이란 인물이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은 주로 중국 상인 왕대가(王大哥)와 한국 상인 황노대(黃老大)가 봉황성(鳳凰城)에서 물품 교역 및 경로 관련 대화이다. 동경대학 종합도서관 아가와문고(阿川文庫)에 소장되어 있는 『중화정음』은 이 책의 이본이다. 아가와문고 『중화정음』과 비교해 보면, 앞부분은 동일하나 약 오천 자 가량 더 많으며, 뒷부분의 16장 분량에 수록된 간단한 회화와 어휘들은 아가와문고 『중화정음』에 없다.

상세정보

편저자사항
편자는 미상이다. 필사시기와 필사자는 속표지에 '徐順昌 丁丑菊月 日 仁洞'이라 쓰여 있어 이 책은 광서(光緖) 三年인 1877년 국월(菊月), 즉 음력 9월에 서순창(徐順昌)이란 인물이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구성 및 내용
본 책의 표제인 '화음촬요(華音撮要)'에서 '화음'은 당시 표준중국어란 뜻으로 통용되던 '중화정음(中華正音)'의 약자이며, 조선후기 필사본 한어회화서는 무역중국어 학습자를 위해 쓰인 책으로 주로 물품 교역과 관련된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책의 구성은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먼저 첫 번째 부분은 모두 52장으로, 내지에 적힌 '上下幷(상하 병합)'과 마지막 52면에 '兩卷合數五二張(두 권 합 52장)'이라 기록으로 미루어 보아 上·下로 된 두 권을 합쳐 필사한 것임을 알 수 있다.
글의 내용은 주로 중국 상인 '왕대가(王大哥)'와 한국 상인 '황노대(黃老大)'가 봉황성(鳳凰城)에서 물품 교역 및 경로와 관련된 대화를 다루고 있다. '봉황성'은 『상원제어(象院題語)』의 "湯站到鳳凰城四十里, 鳳凰城到鎭東堡四十里"(탕참에서 봉황성은 40리이며 봉황성에서 진동보는 40리)라는 기록에 따르면 지금의 요녕성(遼寧省) 봉황현(鳳凰縣)을 말한다. 등장인물과 구체적인 내용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이 책 전체의 주인공은 조선 상인인 황노대이다. 그가 중국을 오가며 무역을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사건들을 중국 사람들과의 대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그는 통호를 '황노대'라 하고 변문에서 장사를 한다. 그가 조선 상인이라는 것은 다음의 예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王大哥, 你呢寡聽見死高麗的話呢, 橫竪有幾個活的呢. 我却是在過門上作過多少年的生意, 從前並沒有買過跑稱的東西麽?” (8a)

위 예문은 조선인 황노대가 중국인 왕대가에게 한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死高麗'는 '고지식한 고려인' 정도로 풀이할 수 있다. 여기서 고려인은 물론 조선인을 지칭한다. 아가와문고(阿川文庫) 『중화정음』에서는 이 부분이 '주근 리'로 번역되었는데, '리'는 '高麗(Gāolí)'를 음차한 것으로 중국어 직접 차용어이다.
다음으로 중국인 王大哥가 등장한다. 그는 조선 상인 황노대와 물건을 거래하는 상인으로 뒷부분에 왕쓰여(王四爺)와 진노쓰(金老四)의 대화가 나오는데 여기서 왕쓰여(王四爺)는 그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해삼 수매를 맡은 사람으로 김운경(金云京) '진노쓰(金老四)'가 등장한다. 그는 거간꾼으로 왕쓰여와 황노대 사이에서 구전을 조금이라도 더 챙기기 위해 노력한다. 진노쓰와 연관된 사람으로 '댱노삼(張老三)'이란 사람이 나온다. 그는 왕쓰여에게 술값을 빚지고 도망간 인물로 그의 외상빚을 뒤에 진노쓰가 떠맡게 된다.
그 밖에 황노대에게 지난번 사촌동생이 빚진 개 값을 받으러 찾아온 사람으로 '허노쓰(何老四)'가 있다. 그리고 황노대가 거래하는 사람 중에 이씨 성을 가진 점주〔李掌樻的〕 '이쓰여(李四爺)'가 있고, 그 점주 밑에서 일하는 아랫사람으로 '양동무(楊夥計)'가 있다. 또한 수레꾼으로 '요동무(姚夥計)'가 있다.
이 책은 화자의 구분 없이 대화를 수록하였다. 전체적인 내용은 대화의 주제와 화자에 따라 크게 아홉 대목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① 조선 상인 황노대와 중국 상인 왕대가의 대화 (1a-8b)

② 조선 상인 황노대와 허노쓰가 사냥개 값을 놓고 다투는 이야기 (8b-12b)

③ 조선 상인 황노대가 성안에 들어와 점주 이씨 이쓰여와 나누는 이야기 (12b-16b)

④ 점주 이씨와 조선 상인 황노대의 대화 (16b-20a)

⑤ 조선 상인 황노대와 수레꾼 요씨와의 대화 (20a-24b)

⑥ 조선 상인 황노대와 왕대가와의 대화 (25a-28b)

⑦ 왕쓰여와 거간꾼 진노쓰와의 해삼 구매하는 대화 (28b-39a)

⑧ 왕로사(王老四)와 황노대와의 소가죽 구매하는 대화 (39a-45b)

⑨ 왕쓰여와 거간꾼 진노쓰, 황노대와의 해삼 구매 대금에 관한 대화 (45b-52b)

각 대목별로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1〕조선 상인 황노대와 중국 상인 왕대가의 대화 (1a-8b)
조선 상인 황노대와 중국 상인 왕대가가 변문에서 만나는 것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황노대는 지난번에 부탁한 물건 세 가지를 말하자, 왕대가가 그 중 한 가지를 가져오지 못했다고 한다. 황노대는 사또가 특별히 부탁한 물건이니 요동성에 사람을 보내서라도 사올 것을 요구한다. 왕대가가 사온 후 값을 흥정하여 오십 냥에서 십 냥을 깎고 감투 열 짝도 외상으로 구매하기로 한다. 황노대가 함께 식사 할 것을 청하여 얘기를 나눈다. 왕대가에게 올해 왜 농부들이 조선의 소를 사지 않냐고 묻자, 왕대가는 올해 작황은 좋지만 곡가가 폭락하여 돈이 돌지 않아서 그렇다고 말한다. 그리고 담배 농사가 시원찮다며 다음번에 담배를 가져오면 이문을 얻을 수 있으니 정확한 소식을 기별하겠다고 한다. 한편 황노대가 왕대가의 점원 이동무의 소식을 물으니 요동으로 수금하러 갔다고 한다. 지난번에 맡겨두었던 은전 오십 냥을 이야기하며 감투 대금으로 모자라는 부분은 장부에 달아놓기로 하고, 다음번에 자기가 직접 오지 못할 경우 감투 대금은 아랫사람한테 받으라고 말한다. 그리고 대신에게 봉물할 민강(閩薑)을 한 통 달라고 하자 오래 묵어서 딱딱해서 씹히지도 않는 생강을 내놓아 황노대는 자기를 속인다고 화를 낸다. 생강은 운남에서 난 것을, 설탕은 복건에서 만든 것을 천진으로 보내서 팔다가 다 못 팔면 개주(盖州) 뱃주인에게 보내고 거기서도 다 팔지 못하면 심양이나 요양으로 실려 보내기도 하는데, 이 민강은 심양 서관내 합성점에서 다른 물건과 바꾸어 온 것이라고 한다. 저울 다는 문제로 설왕설래하다가 관례대로 무게의 십분의 일씩 겉포장 무게를 빼 주기로 한다.
〔2〕조선 상인 황노대와 허노쓰가 사냥개 값을 놓고 다투는 이야기 (8b-12b)
허노쓰가 황노대의 문앞에 찾아와 황노대의 사촌동생 마즈디(麽子的)가 빚진 술값, 초값 도합 스물다섯 돈과 사냥개 값 서른여덟 돈을 갚을 것을 요구한다. 황노대가 술값, 초값은 갚아줄 수 있지만 개값은 그한테 직접 받으라고 하자 허노쓰는 그럼 개값 삼십여 땨오 돈을 손해보란 말이냐며 따진다. 사냥개를 어떻게 팔았냐고 묻자 사또의 사냥에 필요하다고 해서 구해준 것인데 여지껏 돈을 주지 않는다고 말한다. 황노대는 동생이 잘못한 것이라면서 정중히 사과한다. 그리고 동생이 내일이나 모레 도착할 거라면서 외상 받아낼 방법을 일러주고 허노쓰는 그렇게 하겠다고 동의한다. 허노쓰는 성안으로 물건 사러 간다면서 황노대의 누렁노새를 빌리려 하자, 황노대는 노새가 사나워서 고삐를 잡기 힘들 뿐만 아니라 다리 앞에선 뒷걸음질까지 친다고 난색을 표하며 대신 작은 수레를 타고 가라고 한다. 그러자 허노쓰가 수레꾼이 몸져 누었다는데 어떻게 가냐고 하자 삯을 주고 수레꾼을 고용한다.
〔3〕조선 상인 황노대가 성안에 들어와 점주 이씨 이사야와 나누는 이야기 (12b-16b)
조선 상인 황노대가 성안에 들어와 원발호 가게에 들러 점주 이쓰여(李四爺)를 찾는다. 이쓰여는 바깥물건이 왔느냐고 묻자 눈이 많이 와 짐 실은 소들이 다니지 못하는 바람에 아직 멀었다며, 서울의 짐은 초륙일에 문이 열렸으니 오래지 않아 다 나갈 것이라 말한다. 황노대는 고향 생각 나지 않느냐며 삼사년 동안 고향은 다녀왔느냐고 묻자 이쓰여는 한 번도 다녀오지 못했으며 한 번 다녀오는데 이백 냥이나 든다고 한다. 황노대가 왜 변문에 찾아오지 않느냐고 하자 이쓰여는 점원을 외상 수금 보내 가게를 비울 수 없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때 밖이 소란스러워 왜 그런지 알아보니 젊은 점원 양동무가 동냥꾼과 싸우다가 뺨을 다쳤다고 하자 이쓰여는 그냥 달래서 보내면 될 걸 왜 굳이 싸우느냐고 책망한다. 황노대는 또 속담에 본전이 많아야 이문도 많단 말이 있다면서 소매하는 잡화에 무슨 이문이 남느냐고 묻자, 이쓰여는 큰돈을 버는 것은 복에 달렸고 작은 돈은 자신의 재주에 있다면서 소매 잡화를 팔아서 남는 것은 겨우 먹고 쓸 돈 정도는 된다고 말한다. 황노대는 물건 살 단자를 건네며 구해 줄 것을 부탁한다. 이쓰여는 단자 속의 호로박오리와 되떡과 달걀떡은 가게에 없어 다른 곳에서 구해다 주기로 한다. 황노대는 큰 눈이 내리고 북풍이 불어 바로 떠나지 못하고 합통점으로 가 짐승을 먹이고 저녁밥 먹고 떠나기로 한다. 한편 황노대는 점주 모친의 안부를 묻자 여든 아홉인데 바느질도 하고 지팡이도 짚지 않는 등 아주 건강하다고 말한다.
〔4〕점주 이씨와 조선 상인 황노대의 대화 (16b-20a)
점주 이씨는 황노대가 부탁한 잡화를 단자대로 가져와 보여주면서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은 바꾸어 주겠다고 한다. 황노대가 모두 가져가겠다며 물건이 모두 얼마냐고 묻자 백십 땨오 돈이라고 한다. 황노대가 전흥호 전표를 내밀자 점주는 전흥호에서 농간을 부려 봉황성에 있는 가게들은 전홍호 전표를 쓸 수 없다며 물린다. 한편 황노대는 전표를 쓸 수 없게 되자 모자라는 돈을 메꾸기 위해 사람 하나를 삭내어 돈을 찾으러 보내려 한다. 그러자 점주 이씨가 번거롭게 그러지 말고 쪽지 하나 써 주어 점원에게 찾아오도록 시킨다. 황노대는 수레꾼을 불러 달라 하고 수레꾼에게 짐을 싸서 싣게 한다. 길을 떠나며 황노대는 점주 이씨에게 장사 잘 되기를 기원하며 내년 봄에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한다. 점주는 늙은 자신의 가게를 찾아준 것을 고마워하며 돌아가는 길 내내 몸조심하기를 빈다.
〔5〕조선 상인 황노대와 수레꾼 요씨와의 대화 (20a-24b)
조선인 황노대와 수레꾼이 서둘러 길을 떠난다. 황노대가 가게에 언제쯤이면 도착할 것 같냐고 묻자 날이 어둡고 큰 눈이 내리고 바람까지 세차게 불어 갈 수 있을런지 모르겠다고 한다. 초경이 지나 급히 수레를 재촉하여 떠나는데 갑자기 눈 더미에 수레바퀴가 빠진다. 황노대가 큰길로 가자고 성화를 부리자 수레꾼은 눈보라에 한 치 앞도 안 보이는데 큰길과 동네를 찾을 수 있겠느냐고 반문한다. 그러자 황노대는 짐승을 채찍질해서라도 급히 가자고 하자 수레꾼은 무리해서 가다가 반쯤 언 개울에서 수레가 뒤집힐까 걱정한다. 황노대는 할 수 없이 인가를 찾아가 불 좀 쬐고 몸을 녹인 다음에 가기로 한다. 수레꾼이 황노대는 두껍고 따뜻한 옷을 입어서 춥지 않겠지만 자기는 떨어진 가죽 한 벌에 덧저고리만 입고 있어서 추위에 손발이 얼어 채찍을 쥐지도 못하겠다며 푸념한다. 한편 황노대는 그의 성명, 나이, 사는 곳, 가족, 혼인 여부 등을 물어본다. 수레꾼은 집도 없고 돈도 없어 아직 홀아비 신세를 면치 못하였으며, 입고 있는 덧저고리는 빌린 것이며, 원래 있던 너구리 가죽 덧저고리는 어머니가 병을 앓을 때에 돈이 없어 전당 잡혔다가 여태껏 찾지 못하였다고 한다. 수레꾼이 조선인의 이름과 가게를 묻자 변문의 황노대임을 밝힌다. 북촌 서통관의 마을에 이르러 서가 다섯째의 집을 찾아가기로 하나 마을 앞 돌다리가 무너져 가지 못하므로 남촌 서통관의 마을로 가려다가 마침 바시쿠(八十口) 오가의 문앞에 이르러 주인장을 부르게 하지만 수레꾼은 외국인인 줄 알면 열어주지 않는다고 하자 황노대가 오노삼과 구면이라며 재촉한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오노삼이 출타하고 없어 할 수 없이 다시 수레를 돌려 변문으로 향하고 결국 하가점에 묵는다.
〔6〕조선 상인 황노대와 왕대가와의 대화 (25a-28b)
변문에 돌아온 황노대는 다시 왕대가와 만난다. 왕대가는 언제 성을 나섰기에 이제야 오느냐고 묻는다. 황노대는 눈보라가 치고 춥고 배고픈데 산적까지 나타나 고생한 곡절을 이야기한다. 왕대가가 얼마나 춥고 배고팠겠냐며 밥을 챙겨 주려 하자 밥 대신 청주 몇 병과 안주를 부탁한다. 황노대는 왕대가에게 이번에 수매한 해삼을 자기에게 양도해 줄 것을 부탁한다. 왕대가는 그것은 어렵지 않은 일이나 자신이 직접 나서서 일 처리하는 것이 오히려 도움이 되지 않을 수 있다고 한다. 자기가 황노대 대신 해삼을 수매하는 사실을 알게 되면 오히려 자기에게는 팔지 않으려 할 것이라면서, 대신 나서서 일할 영리한 거간 金云京을 추천한다. 왕대가는 그가 찾아오면 점잖게 대하지 말고 무시하는 체하다가 일을 맡기면 신이 나서 일할 것이며 따로 혼자 만날 것을 조언한다. 저녁이나 밤에 김운경을 보낼 테니 만나보고 자기는 내일 아침에 와서 결과를 보겠다고 하면서 헤어진다.
〔7〕왕쓰여와 거간꾼 진노쓰와의 해삼 구매하는 대화 (28b-37a)
진노쓰(金云京)가 왕쓰여(王四爺)를 찾아와 돈을 벌었다고 운을 뗀다. 왕쓰여가 진노쓰에게 돈 좀 벌었다고 으시대면서 사람도 몰라본다고 몰아세우자 진노쓰는 장사하러 여기저기 다니느라 겨를이 없었다며 사과한다. 그러자 왕쓰여는 다시 너만 바쁘냐고 타박하며 다들 변문구로 장사하러 왔는데 남들과는 거래하면서 왜 나는 홀대하며, 지난 번 장노삼이란 자가 내 돈을 빚졌기로 사람을 시켜 빚을 재촉할 때에 네가 외상빚을 떠맡은 것 때문에 날 피하는 것 아니냐고 추궁하며 끝까지 널 따라다니면서 빚 독촉을 할 것이라 말하자 진노쓰는 터무니없는 소리라고 부인한다. 왕쓰여는 농담이라며 외상은 없다고 걱정하지 말라고 한다. 진노쓰는 그래도 불안해하며 장부에 외상이 있는지 없는지 확인하려 하자 왕쓰여는 굳이 장부를 볼 필요 없다며 우리 사이에 거래가 있으니 중간에 중개만 잘하면 그 구전만으로도 외상은 없던 거나 다름없다고 한다. 진노쓰는 해삼을 쓰겠느냐고 묻고 왕쓰여는 가격을 흥정한다. 진노쓰가 백 근당 은 오십 냥을 제시하자 왕쓰여는 구전을 얼마든지 줄 테니 있는 대로 다 사다 달라고 부탁한다. 거간꾼 진노쓰는 황노대도 해삼을 사려 해서 흥정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했다고 하며 왕쓰여에게 구매 결정을 독촉한다. 왕쓰여는 원래 해삼 가격에 백 근당 한 냥씩 더 주고 몽땅 수매하도록 하고 진노쓰는 이를 수락하고 다음날 견본을 가지고 돌아온다. 왕쓰여는 견본을 보고 하나같이 큰 것을 골라온 것 같다며 다시 황노대를 찾아 데리고 오도록 한다. 날이 밝고 황노대가 돌아오자 왕쓰여는 두 포대의 해삼을 보여주며 해삼 구매를 설득하고 거래를 성사시킨다.
〔8〕왕로사(王老四)와 황노대와의 소가죽 구매하는 대화 (39a-45b)
왕로사가 황노대에게 소가죽을 사고자 한다. 왕로사는 황노대가 가지고 있는 사백여 장의 소가죽을 다른 사람에겐 일단 팔지 말라고 부탁한다. 한편 백씨는 황노대에게 묶여 있는 소가죽, 해삼 등을 풀어 장부에 기록하도록 하지만, 황노대는 이미 세었던 물품이라며 그럴 필요 없다고 한다.
다른 상인들이 소가죽을 보고 거래하고자 하지만 황노대는 왕씨가 예약한 물건이므로 팔지 않는다. 왕씨는 소가죽 거래방법을 잡화들과 물물 교역할 것을 제의하지만 황노대는 거절한다. 대신 반은 현금으로 지불하고 나머지는 봄철 어음으로 지불하겠다고 한다.
〔9〕왕쓰여와 거간꾼 진노쓰, 황노대와의 해삼 구매 대금에 관한 대화 (45b-52b)
왕쓰여가 진노쓰에게 해삼 판매인 몇 명을 데리고 올 것을 요청하지 진노쓰가 데려 온다. 황노대의 해삼을 포함하여 다른 매매상들의 해삼 물량 무게를 재는데, 진노쓰가 엉터리로 잰다며 공정하게 무게를 재라고 성화를 부린다. 왕쓰여는 전 같으면 우리가 무게를 재지 당신들이 재지 못하게 했다면서 화를 낸다. 진노쓰는 속이지 않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하지만 왕쓰여는 못 미더워한다. 결국은 황노대와 상의하여 100근에 7근의 오차가 있을 수 있으니 그 점을 감안하여 계산하자고 합의한다.
이 책의 두 번째 부분은 모두 14장으로 첫 번째 부분보다 내용도 훨씬 적고 체제 역시 확실히 다르다. 중국어 문장 우측에 한글로 발음을 적고 하단에는 각 문장의 뜻을 번역해 놓았다. 필체와 체제 구성을 통해 동일한 인물이 필사한 것이 아닌 다른 인물이 후에 추가 보충한 것으로 추정된다. 내용은 아래와 같이 5개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① 伏兵荅問     ② 開始問荅     ③ 勅使問荅     ④ 日用行語     ⑤ 日用雜語

①伏兵荅問은 ②開始問荅, ③勅使問荅과 마찬가지로 '問荅'으로 써야 하는데 잘못 표기한 것으로 보인다. 다섯 부분은 모두 상단 우측에 중국어를 쓰고 좌측에는 한글로 주음하였으며, 하단에는 해당 중국어에 대한 번역을 해 놓았다. ①②③의 대화는 모두 짧으며, 그중 ②③은 내용 마지막 부분에 단어와 구를 적어 놓았다. 아래 몇몇 예를 들어보겠다.

                你們作甚麽來啊?

                我們卡路當着來了. (伏兵荅問)

 

                你們一路上好來嗎?

                這一塘馬市上老爺們誰的誰的來啊? (開始問荅)

 

                欽差大人們多站個上馬?

                如今到那個地方啊? (勅使問荅)

④는 상용구나 어휘를 글자 수별로 나누어 두 글자 8개, 세 글자 5개, 네 글자 24개, 다섯 글자 7개를 차례대로 나열하고 그 뒤에는 글자 수에 관계없이 59개의 숙어를 수록하였다. ⑤는 단어의 활용을 보여주는 용례 3개와 16개의 서로 상반되는 표현을 소개하였다. 몇몇 예를 보면 아래와 같다.

                貴姓

                晦氣多

                看風使船 

                餓不喫猫飯, 冷不烤燈火

                好話三遍說, 狗也不喜歡 (日用行語)

 

                喫飯 喫茶飯

                穿衣裳 脫衣裳

                睡覺 起來 (日用雜語)

맨 마지막에는 '丁丑十月日'을 써 놓았는데 이는 본 필사본이 속표지에 써 있던 '丁丑菊月日', 즉 9월에 시작하여 10월에 마쳤음을 나타내고 있다.
서지적 가치
이 책의 이본은 동경대학 종합도서관 아가와문고(阿川文庫)에 소장되어 있는 『중화정음』이다. 아가와문고 『중화정음』 역시 작자미상의 필사본으로, 권말에 '癸未至月 一冊主李 學'이라 적혀 있어 광서(光緖) 9년인 1883년에 필사한 것으로 추정된다. 조선후기 필사본 한어회화서 가운데 『중화정음』이란 서명의 필사본은 몇 종 더 있다. 우리나라의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藏書閣), 순천대학교 도서관, 연세대학교 열운문고(洌雲文庫) 및 일본 고마자와대학(駒澤大學) 다쿠소쿠문고(濯足文庫)에 소장되어 있는데, 이들은 아가와문고 『중화정음』의 내용과는 전혀 다른 필사본 한어회화서들이다.
본 책의 상권으로 볼 수 있는 24면까지는 중국어 옆에 한글로 주음하였으며, 24면 말미에 '光緖三年丁丑菊月十六日 仁洞', '合二十四張'이라 적혀 있어 1877년 9월 16일 상권 24장을 필사하였음을 나타내고 있다. 상권의 또 한 가지 특징은 22장까지 절과 절 사이에 우리말 연결어미나 조사를 표기함으로써 문맥을 잇고 있는데, 이는 순천대 소장본 『중화정음』, 장서각 『기착일필(騎着一匹)』과 비슷하다. 하권에서는 몇몇 글자 옆에만 한글로 발음을 적어, 상권과는 대조된다. 아가와문고 『중화정음』의 내용과 비교해 보면, 앞부분 내용은 아가와문고 『중화정음』과 동일하나 약 오천 자 가량 더 많으며, 뒷부분의 16장 분량에 수록된 간단한 회화와 어휘들은 아가와문고 『중화정음』에 없다. 따라서 이 책이 더 많은 내용을 기록한 필사본임을 알 수 있다.
내용적 가치
이 책은 조선후기 무역상인들과 관련된 내용과 대화를 중국어로 수록하고 있어 일반 상인들에게 필요한 무역 중국어회화서의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추정되며, 『노걸대』『박통사』『화음계몽』등의 중국어 회화서의 중간 계보를 잇는 중요한 학술적 가치를 지닌 문헌자료이다.
이 책의 체제는 상술한 바와 같이 중국어 원문 절과 절 사이에 우리말 연결어미와 조사를 써서 문맥을 연결하였으며, 뒷부분의 짧고 간단한 회화문의 경우 번역문까지 적어 놓았다. 이를 통해 필사자의 중국어 원문에 대한 이해 정도를 알 수 있으며, 번역문의 한글 또한 당시 국어의 희귀어, 음역어, 차용어 등을 살펴볼 수 있다. 그리고 청대 말기 당시의 무역 경로에 따라 중국 동북 지역을 배경으로 한 내용을 위주로 하고 있어 자연스럽게 동북방언 어휘들도 출현하여 이들 어휘에 대한 연구 및 중국어 원문 좌측의 한글 주음을 통한 음운적 연구에도 매우 유용하다.
참고문헌
更科愼一, 「9世紀末朝鮮の北方漢語資料『華音撮要』の硏究」, 『アジア の歷史と文化』9輯, アジア歷史·文化硏究會, 2005.
박재연, 「조선 후기 필사본 한어회화서 阿川文庫『中華正音』에 대하여」, 『중국어문학지』31집, 중국어문학회, 2009.
汪維輝·遠藤光曉·朴在淵·竹越孝, 『朝鮮時代漢語敎科書叢刊續編』, 中華書局, 2011.
박재연, 「조선 후기 필사본 한어회화서 六堂文庫『騎着匹』에 보이는 稀貴語와 借用語에 대하여」, 『역학과 역학서』3호, 역학서학회, 2012.
집필자 : 박재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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