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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험방(經驗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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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UCI: RIKS+CRMA+KSM-WZ.0000.0000-20090716.AS_SA_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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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정보

기본정보
· 분류 고서-기타 | 종교/풍속-민속 | 자부-의가류
· 판종 필사본
· 발행사항 [발행지불명] : [발행처불명], [발행년불명]
· 형태사항 1冊 : 無匡郭, 無界, 12行24字, 無魚尾 ; 26.4 X 16.9 cm
· 주기사항 書名: 表題에 依함
· 현소장처 미국 버클리대학교 동아시아도서관
· 청구기호 31.3

안내정보

본초명(本草名) 별로 편재된 『본초강목(本草綱目)』의 내용을 상한(傷寒), 졸궐(卒厥), 곽란토사(霍亂吐瀉), 이질(痢疾), 학질(瘧疾), 설사(泄瀉), 안질(眼疾), 인후(咽喉) 등 일상에서 쉽게 접하는 주요 병증(病症) 별로 재편집하여 엮어낸 의학서이다.

상세정보

편저자사항
본서에는 서문이나 발문 등 본서의 성립과 관련된 제반 정보가 없어 편저자를 확인할 수 없다. 다만 내용을 분석해보면 본서의 모든 내용은 명나라의 유명한 박물학자인 이시진(李時珍, 1518-1593)의 『본초강목』에서 왔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구성 및 내용
본서는 표제가 ‘經驗方’이라고 되어 있으나 온전히 『본초강목』의 내용만으로 재편집하여 성립한 탓에 편저자의 임상의 결과물로 형성되었다고는 볼 수 없을 듯하다. 게다가 권수제가 따로 존재하지 않고 곧바로 「傷寒」 내용부터 시작하고 있어 표제지를 본서의 편저자가 지었는지도 불명확하다. 내용 부분은 「傷寒」, 「卒厥」, 「霍亂吐瀉」, 「痢疾」, 「瘧疾」, 「泄瀉」, 「眼疾」, 「咽喉」 등 8가지의 주요 병증에 따른 문(門)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 문 내에서는 별다른 통일성이나 체계 없이 해당 병증에 대한 자료들을 모아놓고 있다. 항목명도 『본초강목』의 내용에서 변형 없이 거의 그대로 가져온 경우가 많아 ‘咽痛少陰證’, ‘傷寒發狂’, ‘卒死壯熱’, ‘中惡心痛’ 등 정제된 항목명도 있지만, 대부분은 ‘일체 상한에는 음양이나 경중이나 남녀노소나 임산부 할 것 없이 모두 다음 약을 먹인다[一切傷寒, 不問陰陽輕重老少男女孕婦, 皆可服之]’, ‘유행병의 여열이 가시지 않은 때에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며 사지가 무력하고 음식을 먹을 수 없는 경우[時氣餘熱不退,煩躁發渴,四肢無力,不能飮食]’ 등 증상의 내용이 그대로 적시된 다음, 그 아래에 처방이 기재되어 있다. 처방 아래에는 내용의 원출처가 쌍행으로 명시되어 있는데, 내용의 본출처 역시 『본초강목』에 있는 내용을 거의 그대로 적어놓은 것이다.
서지적 가치
전문 의학자의 의서 뿐 아니라 서유구(徐有榘, 1764-1845)의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인제지(仁濟志)」나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 중 본초 및 처방 관련 부분은 『본초강목』의 내용을 많은 부분 수용하고 있지만, 아직까지 그에 대한 서지적 연구가 제대로 진행되지 못한 형편이다. 본서는 조선 후기에 『본초강목』이 어떻게 한국화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하나의 사례라는 면에서 그 가치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내용적 가치
『본초강목』은 ‘동방의학의 위대한 경전’이라는 칭호를 받은 명저로, 간행 이후 오래지 않아 세계 여러 나라로 퍼져 나가 한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들 뿐 아니라 영국, 독일, 프랑스 등 각국의 언어로 번역될 만큼 그 가치를 인정받은 서적이다. 이 책은 본초학뿐 아니라 식물학, 동물학, 광물학 등에 대해서도 많은 정보를 담고 있어 세계적으로 관련 학계에 커다란 영향을 끼쳤다.
『본초강목』은 총 52권으로 되어 있고 본초의 가짓수만 하더라도 1892종에 달한다. 이중에 기존에 알려진 것이 1518종, 이시진이 새로 추가한 것이 374종, 부방이 모두 11096종이며 그림이 1000여 폭이나 된다. 이시진은 『본초강목』 집필을 위해 중국 각지를 돌아다니면서 본초를 직접 수집하여 관찰했을 뿐 아니라 여러 명의들과 학자들에게 자문을 구하기도 했다고 한다. 게다가 민간에 산재해있던 수많은 처방을 수집하여 20년간 연구한 끝에 이 책을 저술할 수 있었다. 이 책은 각 본초에 대해 성미, 산지, 형태, 채취방법, 수치법, 약성이론, 방제배합 등 모든 부분에서 상세하게 저술을 하고 있어 본초와 관련된 정보를 얻기에는 더없이 좋은 서적이다. 그러나 52권에 달하는 방대한 분량이 본초명 별로 나뉘어 있어서 임상에서 병증에 따라 활용할 경우에는 큰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다.
본서는 이러한 문제의 타계를 위해서 『본초강목』에서 유용한 처방을 뽑아서 정리하되 주요한 병증별로 모아놓았다는 특성을 갖는다.
그 실례를 들어본다.
傷寒心悸, 脈結代者 : 甘草二兩, 水三升, 煮一半, 服七合. 日一服.(『傷寒類要』)
天行熱病, 初起一二日者 : 麻黃一大兩(去節), 以水四升煮, 去沫, 取二升去滓, 著米一匙及豉爲稀粥.先以湯浴後, 乃食粥濃覆取汗, 即愈.(孟詵『必效方』)
赤白痢下 : 甘草一尺, 炙, 劈破, 以淡漿水蘸, 水一升半, 煎取八合, 服之立效.(『崔宣州方』)
위에서 앞의 두 항목은 본서에서는 「상한(傷寒)」에 보이는 것들이다. 그러나 『본초강목』에서는 ‘傷寒心悸, 脈結代者’ 이하는 「초부(草部)」의 감초(甘草)에 보이고 ‘天行熱病, 初起一二日者’ 이하는 마황(麻黃)에 보인다. 그리고 ‘赤白痢下’ 이하가 본서에서는 「이질(痢疾)」에 보이지만 『본초강목』에서는 감초에 보인다. 즉 본서에서는 위에서 제시한 첫째 항목과 둘째 항목이 같은 곳에 위치하지만, 『본초강목』에서는 첫째 항목과 셋째 항목이 같은 곳에 위치한다.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본초강목』은 본초명 별로 편재가 되어 있기 때문에 『본초강목』의 방대한 내용을 숙지한 사람이 아니라면, ‘상한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맥이 결대한 경우[傷寒心悸, 脈結代者]’의 환자를 마주하면 어떤 처방을 써야 할지에 대해 『본초강목』으로 찾아내는 일은 만만한 작업이 아니다. 임상에서는 의사에게 환자의 증상에 대한 정보가 먼저 주어지지 약재 관련 정보가 먼저 주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본서가 병증별로 문을 나누고 증상에 따라 처방을 적시한 것은 바로 임상에서의 활용도를 크게 하기 위함인 것이다.
그리고 본서에서는 처방에서 많은 부분 단방(單方)을 쓰고 있다는 특성이 있다. 단방이란 한 가지 약재로 약을 짓는 처방을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문화국답게 서책이 풍부하였으며 특히 조선 후기가 되면 여타 분야와 마찬가지로 의학 분야에서도 넘쳐날 만큼 정보가 풍부해진다. 그러나 임상에서 정작 문제가 된 것은 정보의 획득보다는 약재의 획득이었다. 심지어는 고급 약재가 가득한 처방들로 이루어진 서적을 모두 버리고 자신이 직접 경험으로 획득한 처방 가운데 일상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처방들로만 구성한 책까지 나오기에 이르렀던 것이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단방을 풍부하게 담고 있는 『본초강목』은 매력적인 의학지식 창구였다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의미에서 본서는 단방의 경제성과 병증별 분류의 실용성을 동시에 가지고 있는 서적이라 할 수 있다.
이렇듯 『본초강목』의 편재를 바꾸어 임상에서의 활용도를 극대화하려한 양상은 조선 후기에 우리나라 의학계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조류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현상은 중국에서 1590년 『본초강목』이 간행되고 조선에 전래되면서 방대한 분량의 『본초강목』의 내용을 편리하게 응용하고자 하는 의도에서 비롯된 것이다. 18세기 이후부터 나오는 『광제비급(廣濟秘笈)』과 황도연(黃度淵)의 『본초부방편람(本草附方便覽)』 등도 모두 이러한 저술방식을 택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일제강점기에 저술된 『양무신편(兩無神編)』도 이와 같은 방식을 잇고 있어 『본초강목』의 직접적 영향은 조선 후기 이후에도 지속되었다고 볼 수 있다. 『본초강목』이 조선에 전래되는 17세기는 이미 조선에서 『동의보감』이 간행된 이후이며 그 시기부터는 조선 초기와 같이 중국의서를 적극적으로 수입하는 등의 중국의학에 대한 의존도를 어느 정도 탈피해가고 있었다. 『동의보감』에 이미 중국의학의 전반적인 내용을 체계적으로 담고 있었기 때문에 유사한 형태의 의서는 그다지 조선의학계의 관심을 끌 수 없었고, 이후 새로운 경향이나 의학적인 가치가 남다른 의서들이 주로 영향을 미치게 되는데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본초강목』인 것이다. 이 책에 대한 조선의학계의 관심은 지대하였고 조선 후기 여러 의서에서 『본초강목』의 내용을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본초강목』의 서지학적 고찰이나 우리나라에서의 변용양상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연구가 부족한 상황이다. 본서는 이러한 연구 상황 속에서 『본초강목』의 한국적 각색의 일면모를 확인시켜 주는 자료이다.
참고문헌
남재철 편저, 안상우 외 역, 『국역 양무신편』 전통의학고전국역총서2, 한국한의학연구원, 2007.
안상우 외 역, 『국역 의방합부』 전통의학고전국역총서3-4, 한국한의학연구원, 2007.
김기욱 외, 『강좌 중국의학사』, 대성의학사, 2006.
집필자 : 권오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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