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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미상 고원(高原) 윤조이(尹召史) 사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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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서는 19세기 말 함경도 고원군에서 발생한 자액(自縊) 사건에 관한 문서로서 ①고원(高原) 윤조이(尹召史) 자액사안(自縊査案), ②고원(高原) 윤조이검제(尹召史檢題), ③고원(高原) 윤조이자액치사검안(尹召史自縊致死檢案) 계초(啓草) 등 총 3건으로 구성되어 있다. 자액(自縊)은 스스로 목매어 죽은 것을 말한다. 사안(査案)은 사건을 조사하여 정리한 문서이며, 검안(檢案)은 사망사건이 발생한 경우 시체를 검사하고 피의자와 증인 등을 심리한 내용을 정리한 문서이다.
이 문서들은 조선 후기 지방군현에서 사망사건을 조사하고 처리하던 방식을 보여주는 자료이다. 사건이 발생한 곳은 함경도 남쪽에 위치한 고원군이며, 과부(寡婦)였던 윤(尹)씨가 스스로 목을 매 사망한 사건이다. 문서에서 조이(召史)는 양인의 아내나 과부를 지칭하던 용어이다. 문서에는 사건이 발생하였던 시기를 특정할 수 있는 서술이 없지만, 연대기사료의 기록을 검토해 볼 때, 사건이 발생한 시기는 1891년(고종 28)으로 추정된다. 󰡔승정원일기󰡕의 고종 28년 12월 30일자 기록에는 함경감사 한 장석(韓章錫)이 장계를 올려 고원군의 윤조이가 스스로 목을 매어 사망하였다는 사실을 보고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사건은 이창언(李昌彦)이라는 자가 윤조이를 강간하려고 하였고, 김상만(金尙晩)의 처(妻)인 김조이가 윤조이를 유인하여 욕설과 폭행을 가하자 윤조이가 스스로 목숨을 끊으면서 발생하였다. ①번 문서는 윤조이가 목을 매 죽은 사건에 대해서 지방관이 최초 조사를 진행하여 작성한 문서이다. 문서에는 윤조이의 죽음에 대해 재조사를 지시한 결과 김상만의 처(妻)가 관련되어 있음을 파악하고 그를 잡아와 처벌하게 할 것을 지시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②번 문서는 윤조이를 검시(檢屍)하고 작성한 보고서이다. 문서에는 윤조이의 죽음이 이창언과 김상만의 처와 관련되어 있음을 밝히면서 도망간 이창언을 잡아와 치죄(治罪)할 것과 김상만의 처가 범행을 자백하였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또한 윤조이의 시신을 부모에게 내어주어 매장하게 했음을 밝히고 있다. ③번 문서는 윤조이 자살사건에 대한 조사결과를 상부에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검안(檢案) 문서이다. 문서에는 사건의 전반적 개요와 도망간 이창언을 잡을 것을 요청하는 내용 등이 실려 있다.
고원(高原) 윤조이(尹召史) 자액사안(自縊査案)
세 종류의 문서는 조선후기 지방군현에서의 사망사건 처리방식을 이해하는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해준다. 조선시대 형률은 대명률(大明律)의 법 조항에 따라 집행되었다. 사망자가 발생할 경우 관할 군현에서는 사망자의 검시와 관련자 조사를 시행하여 보고서를 작성하였다. 그런데 이 문서에서처럼 일반적인 사망사건과 달리 자살사건이 발생했을 경우에도 자살의 원인을 조사하여 진상을 파악한 이후 사건을 종결하는 모습은 조선 후기 형정(刑政)이 나름의 합리적인 체계를 갖추고 있었음을 보여준다. 18세기 후반 이후 󰡔증수무원록언해(增修無冤錄諺解)󰡕(1790), 󰡔전율록초(典律錄抄)󰡕 등과 같이 형정(刑政)과 관련된 지침서들이 중앙정부에 의해 간행되어 반포되면서 지방관청의 형정운영 수준도 전반적으로 높아지게 되는 계기가 마련되었다. 한편 이 사건에서는 사망사건을 인지한 순간부터 조사의 흐름에 따라 철저하게 관련 기록을 정리하고 보고하였음을 알 수 있다. 수령은 조사 결과를 관찰사에게 보고하고 도망간 죄인을 체포하기 위한 업무협조를 요청하였으며, 감사는 다시 사건을 정리하여 국왕에게 장계를 올려 보고하였다. 지방군현에서 발생한 자살사건이 최종적으로 국왕에게까지 보고되었다는 사실은 조선시대 행정시스템과 국왕의 역할을 이해하는데도 흥미로운 사례이다. 문서의 목록은 아래의 표와 같다.

순서

자료명

발급

수취

1

고원(高原) 윤조이(尹召史) 자액사안(自縊査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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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고원(高原) 윤조이검제(尹召史檢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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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고원(高原) 윤조이자액치사검안(尹召史自縊致死檢案) 계초(啓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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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문헌
김호, 「奎章閣 소장 '檢案'의 기초적 검토」, 󰡔조선시대사학보󰡕 4, 조선시대사학회, 1998.
김호, 「『檢考』, 19세기 전반 지방관의 檢屍 지침서」, 『조선시대사학보』 72, 조선시대사학회, 2015.
조영준, 「조선말기 살인사건 조사의 과학성 검토, 1895-1907 - 규장각 소장 檢案에 수록된 凶器 그림의 기초 분석」, 『규장각』 48, 서울대학교 규장각한국학연구원, 2016.
집필자 : 임성수